북한이 최근 미국의 저명한 핵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불러 25~30㎿ 용량의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 중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이 핵무기 재료인 고농축우라늄(HEU)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수로 원료는 3~5%의 저농축우라늄이지만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HEU를 생산해낼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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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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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부 기자
북한의 HEU에 대한 야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파키스탄 등으로부터 HEU용 알루미늄관 등을 수입, 수십년째 HEU 생산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 지난 3월 기자가 미국 연수 중 만난 헤커 박사의 전언이다. 그러나 헤커 박사는 뜻밖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은 핵무기용이 아니라 경수로용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미 플루토늄을 생산했고 핵실험도 했는데 돈이 많이 드는 우라늄 핵개발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그들의 속을 뻔히 아는 헤커 박사를 초청, 영변 핵시설 주변의 터파기 움직임을 경수로 건설이라고 밝혔을까. 헤커 박사는 지난 2004년부터 지난 9~13일 방북까지 모두 5차례나 북한에 갔다. 북한은 헤커 박사가 올 때마다 자체 생산한 플루토늄 샘플을 보여주거나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확인시켜 주는 등 그의 방북을 대외정책에 십분 활용했다. 특히 2004년 방북 때는 사진 촬영을 막더니 나중에 사진 수십장을 국제특송으로 보내주는 성의까지 보였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전문가를 통해 자신들의 핵능력을 과시하고 대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려는 포석인 것이다.
헤커 박사의 방북 결과가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벌써부터 북한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지만 미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터파기를 경수로 건설이라고 공개할 정도로 다급하다.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출구전략’을 이끌어 내고, 6자회담 재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다.
chaplin7@seoul.co.kr
2010-11-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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