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열다] 1971년 등굣길에 바람에 뒤집힌 비닐 우산

[DB를 열다] 1971년 등굣길에 바람에 뒤집힌 비닐 우산

입력 2013-03-28 00:00
수정 2013-03-28 00:2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망가진 비닐 우산이 집집이 몇 개씩은 굴러다녔던 때가 있었다. 비닐우산을 처음 만든 사람은 경남 진주에서 종이우산을 만들던 사람이라고 막연하게 전한다. 비닐우산은 대나무, 철사, 실, 비닐만 있으면 비교적 간단히 만들 수 있었다. 대나무가 많이 나는 지역 근처의 대도시인 진주나 전북 전주에서 많이 생산했고 서울에서는 미아리 등에서 가내공업으로 만들어졌다. 한 공장에서 한 해에 50만 개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돈벌이가 없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감이 되기도 했다. 비닐우산은 값이 싸 한 번 쓰고 버리더라도 크게 아깝지는 않았다. 1956년 창립한 국산 원단우산 제조업체 ‘협립’이 만든 우산은 열흘치 봉급을 줘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비닐우산은 재료비를 아끼느라 헌것을 수거해다가 고쳐서 재생품을 팔기도 했는데 그 때문인지 비닐우산의 품질은 점점 조잡해져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낙하산처럼 뒤집혀서 하루라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버려야 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좋은 원단 우산을 쓰게 되었고 특히 1990년대 들어서는 값싼 중국산 우산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비닐우산은 완전히 사라져서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그런데 이 비닐우산이 낭만적으로 보였거나 유용한 일회용 물품으로 보였던지 유럽이나 일본으로 수출도 되고 무역박람회 전시 품목이 되어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2013-03-2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