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재선 동기로 본 통일 대박/안석 정치부 기자

[지금&여기] 재선 동기로 본 통일 대박/안석 정치부 기자

입력 2014-11-08 00:00
수정 2014-11-08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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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 정치부 기자
안석 정치부 기자
“4년 연임제 대통령이라면 가능했을까.”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이다. 연임제라면, 다시 말해 재선 지향적 동기가 있는 대통령이라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2년차에 통일이 국정의 화두가 되도록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기가 5년인 경우와 ‘4년 더하기 4년’, 즉 8년을 일할 수 있는 경우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4년 연임제에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첫째도, 둘째도 경제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일을 아무리 잘해도 경제 성적이 탐탁지 않으면 국민들은 전망적이기보다 회고적이기 쉽고, 재선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와 진보 간 입장이 뚜렷해 절반의 지지만 얻을 수 있고,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남북 관계는 전면에 내세워도 그다지 얻을 게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만약 4년 연임제였다면 박 대통령은 올해 초 통일 대박이 아닌 ‘경제 대박’을 외치며 2016년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임제 대통령은 재선이란 압박에서 자유롭다. 대신 임기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행동한다. 역대 대통령에게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아이템은 정치·사회 개혁이나 남북 관계였다. 박 대통령은 그 가운데 ‘통일 대박’을 들고나왔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노력 의무’를 다하기 위해 통일 대박을 외쳤는데, 이게 단지 재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싱겁게 말하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에 물어보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으로 기억하는가,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한 대통령으로 기억하는가.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0.01%라도 올린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대통령의 이름을 기억해 주리라 장담하긴 어렵다. 결국 우리 대통령은 거시 담론이나 그와 관련된 대형 이벤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통일대박론은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자 사명이기 때문이 아니라 5년 단임제 대통령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나온 얘기일지도 모른다. 재선 지향 의지만으로 상·하원들의 행태를 완벽하게 설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메이휴처럼 ‘재선 동기’만으로 우리 대통령의 행태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임기 5년에 ‘갇힌’ 대통령의 행동 패턴을 이제는 한꺼풀 벗겨 생각해 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ccto@seoul.co.kr
2014-11-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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