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준말과 본딧말/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준말과 본딧말/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6-28 17:42
수정 2017-06-2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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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어문팀장
싸우는 일을 뜻하는 ‘쌈’의 본딧말은 ‘싸움’이다. ‘쌈’이 준말이고 ‘싸움’이 본딧말인 관계다. 따라서 두 말을 달리 보기보다는 대체로 같은 말로 여긴다. 국어사전에서조차 뜻풀이를 ‘싸움’에만 해 놓기도 한다. 아니면 각각의 표제어에 똑같은 풀이를 달아 놓는다. 한 뿌리이고 의미 차이도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실제 쓰임새가 같은 것은 아니다. 형태가 달라지면 뜻도 조금 벌어진다. 뜻빛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준말은 본딧말의 무게감을 유지하지 않는다. 가벼워지고 더 점잖지 않을 때가 많다. 때로는 ‘낮춤’의 뜻을 더하거나 ‘발랄’ 혹은 ‘경쾌’의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쌈’과 ‘싸움’의 관계도 그렇다. ‘쌈’은 ‘싸움’보다 점잖지 않게 비친다. ‘샛길’은 ‘사잇길’과 다른 말처럼 느껴진다. ‘사이에 난 길’이나 ‘작은 길’이 아니라 ‘옆길’ 또는 ‘정상적이지 않은 길’의 의미가 강하다.

접사가 붙어 뜻이 달라지는 파생어 정도는 아니지만, 준말도 뜻이 더해지며 조금 달라진다. ‘퍼렇다’에 접사 ‘시-’가 와서 ‘시퍼렇다’라는 새말이 되듯 준말도 새로운 말이 되는 것이다. 동사와 형용사처럼 활용하는 말들에선 준말과 본딧말이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머물다’의 본딧말인 ‘머무르다’에는 접미사 ‘-어’가 붙어 ‘머물러’가 된다. 준말 ‘머물다’에는 ‘-어’가 붙지 않는다. ‘머물어’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2017-06-29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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