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긴가민가’와 ‘오렌지’/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긴가민가’와 ‘오렌지’/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7-12 22:10
수정 2017-07-12 22:2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어문팀장
‘긴가민가’는 고유어들을 닮았다. 고유어들이 주는 느낌, 형태 같은 것들과 다르지 않다. 살갑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를 활용한 ‘그런가’와 관계가 있는 듯하고, ‘그런’과도 상관있을 것 같다. ‘민가’는 운율을 맞추기 위한 것쯤으로 여겨진다.

아쉽게도 ‘긴가민가’는 이런 말들과 관련이 없다. 일찍이 한국어 속으로 들어온 ‘긴가민가’는 애초 ‘기연가미연가’(其然-未然-)로 쓰였다. 한자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줄여서 ‘기연미연’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다 ‘긴가민가’가 됐고, 이전의 형태는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국어라는 강물 속에서 흐르다 보면 이렇게 된다. 깎이고 닳고 하면서 주변의 고유어들과 닮아 간다. ‘긴가민가’는 고유어들과 무척 같아졌다.

‘오렌지’도 ‘긴가민가’처럼 한국어 단어 목록에 들어 있다. 그렇지만 형태도 느낌도 다르다. 한눈에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영어 ‘아린지’와 닮은 구석이 많아 보인다.

그래도 ‘긴가민가’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어와 닮아 가려 했다. 한국어 화자들이 발음하기 편하게 ‘오렌지’가 됐다. 외래어를 적는 원칙도 그렇다. 현지음에 가깝게지만, 한국어 화자들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원칙이 된다. 그렇더라도 ‘오렌지’ 같은 외래어들은 외로운 섬들처럼 떠 있다.
2017-07-1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