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벙어리 냉가슴/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벙어리 냉가슴/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8-02-14 21:44
수정 2018-02-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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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속담은 누구에게나 잘 통한다. 일상의 삶에서 건져 올려진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작정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여러 생각과 사회, 시대가 버무려져 맛깔스럽기도 하다. 간결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유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은 ‘말을 조심하라’는 어떤 말보다 설득력 있게 귀에 닿는다. 말의 속성과 사람들의 마음까지 담은 것처럼 들린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줄여서 ‘벙어리 냉가슴’이라고도 한다. 속으로 끙끙 앓는 상황을 가리킬 때 이 속담으로 대신할 때가 많다. 속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할 때는 곧잘 ‘꿀 먹은 벙어리’라고 한다. 밋밋하지 않고 쏙 박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세상살이에 속앓이할 일이 흔해서겠지만, 온갖 매체에 이런 장애가 들어간 속담이 널린다.

그런데 더 아플 수 있다. 장애를 직접 말하는 것보다 속으로 더 아플 수 있다. 속담이라는 이유로 꺼리지 않고 ‘장애’를 마구 말한다.

속담이고 익은 표현이고 더 잘 전해지는데 어떠냐고 묻는다. 이런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면 그런 속담을 좋아하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같은 공간에 그런 장애를 가진 이가 있다면 쓰지 못할 표현이다. 보란 듯이 장애가 들어간 속담을 쓸 일이 아니다. 이 또한 지난 시절의 언어이고 낡은 언어다.

2018-02-1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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