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만찬/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만찬/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8-02-21 20:48
수정 2018-02-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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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만찬’(晩餐)은 의미가 커졌다. 단순히 저녁에 끼니로 먹는 음식이나 저녁 식사를 하는 일만 가리키지 않는다. 푸짐하게 먹는 저녁 자리로까지도 쓰인다. 푸짐함에 꽂혔을까. 지나치게 나간 쓰임새도 있다. ‘점심 만찬’, ‘아침 만찬’을 대접했다고 한다. ‘저녁’은 빼고 ‘넉넉한 음식’, ‘많이 모인 사람’의 의미만 가져다 붙인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만찬’은 ‘저녁’이란 시간보다 ‘모임’과 ‘푸짐함’ 혹은 ‘좋은 대접’이라는 의미가 중요한 단어가 됐다. 국어사전에도 ‘만찬’이 조촐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 반영돼 있다. ‘손님을 초대하여 함께 먹는 저녁 식사’라는 풀이도 있다. ‘만찬’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저녁 식사를 뜻하지 않는 것이다. 공적인 저녁 식사 자리를 가리킬 때가 많다. 이럴 때 ‘만찬’은 맛보다 모이는 자리에 의미의 무게가 실린다.

공적인 자리로 옮겨진 만찬은 사회적 의미가 담긴다. 뉴스에 등장하는 고위 관료, 정치인, 재벌 회장들은 더이상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만찬’을 한다. 그들은 저녁을 먹겠지만, 주변 사람도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도 거의 ‘만찬’이라고만 밝힌다. 그러는 동안 ‘만찬’은 권위를 한껏 부여하는 말이 돼 버렸다. 만찬과 더불어 조찬, 오찬도 ‘권위’의 옷을 자주 입는다.

‘만찬’만이 아니라 ‘저녁’이라고도 해야 한다. 1993년에 나온 ‘행정용어순화편람’은 ‘만찬’ 대신 ‘저녁모임’ 혹은 ‘저녁식사모임’을 권한다.

2018-02-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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