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박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박준

입력 2019-01-17 23:14
수정 2019-01-1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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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검은 대지-2123(162×112㎝, 한지에 아크릴릭)
이종구/검은 대지-2123(162×112㎝, 한지에 아크릴릭) 서양화가. 중앙대 미대 서양화과 교수
문상/박준

한밤

울면서
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
이곳에 묻혔습니다

냉이는 꽃 피면 끝이라고
서둘러 캐는 이곳 사람들도
여기만큼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냉이꽃이 소복을 입은 듯

희고

머지않아 자운영들이 와서
향을 피울 것입니다

-

냉이꽃은 키가 작습니다. 그가 하는 얘기를 들으려면 무릎을 꿇고 귀를 냉이 꽃잎에 대야 하지요. 바람 중에 키가 작은 바람이 냉이꽃을 흔듭니다. 그럴 때면 무릎 꿇고 냉이꽃 곁에 코끝을 대기도 하지요. 봄날 소복을 입은 냉이꽃이 울고 있습니다. 가엾은 짐승들이 포크레인에 밀려 구덩이로 떨어집니다. 흙들은 무슨 죄로 그 버둥거림과 아우성을 덮어야 하는지요. 모두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일이지요. 다정한 주말 오후 당신이 가족과 함께 삼겹살을 굽는군요. 먹기 전 잠시 기도해 주세요. 몸에 꼭 끼는 철장 속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똥오줌을 싸며, 온갖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 속에 아등바등 살아남은 이 짐승을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곽재구 시인
2019-01-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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