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바래’와 ‘바라’/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바래’와 ‘바라’/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09-23 20:24
수정 2020-09-24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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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행복하길 바라.”

뭔가 어색하다. ‘바래’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언어 규범과 입말이 다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를 들자면 ‘바라’와 ‘바래’가 있다.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가다, 놀라다, 나타나다’와 같이 모음 ‘ㅏ’로 끝나는 어간에 ‘-아’가 결합할 경우엔 ‘가아, 놀라아, 나타나아’가 아니라 ‘가, 놀라, 나타나’ 형태로 적는다.

‘마음속으로 기대하다’란 뜻의 동사 ‘바라다’도 이에 해당한다. ‘바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실생활에선 대부분이 ‘바래’란 표현을 사용한다. 글로는 ‘바라’라고 쓰는 사람조차 말할 때는 ‘바래’라고 한다. ‘바라다’의 활용형으로서 ‘바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같은 음운 구조를 가진 ‘자라다’를 ‘자래’로 쓰지는 않는데 ‘바라(다)+-아→바래’를 인정하게 되면 어미 ‘-아’가 ‘바라다’ 뒤에서 ‘-애’로 바뀌는 규칙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므로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규범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이미 생명력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짜장면’이나 ‘마실’, ‘내음’이 표준어로 등재되는 걸 목격했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란 걸 경험한 것이다.

‘바래’ 역시 표준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길 ‘바라’ 본다.

oms30@seoul.co.kr
2020-09-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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