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료-대기업 MRO고리 정부가 끊어야

[사설] 관료-대기업 MRO고리 정부가 끊어야

입력 2011-07-12 00:00
수정 201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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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 출신 공직자들이 대기업 계열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기업에 취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대·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일을 해오다가 퇴직한 관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전관예우란 특혜를 받고, 대기업들은 정부 부처 방패막이를 구축한 셈이다. 그로 인해 대기업은 더 배 불리고, 중소기업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뿐이다. 퇴직 관료들이 신중하고 책임 있게 처신만 하기를 바라며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정부가 이런 먹이사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기업들은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이 분야에 밝은 전직 공직자들을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의 행태를 보면 진실성이 결여된 허구라는 의심부터 든다. 대기업들은 연간 20조원 규모에 이르는 MRO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영역을 끝없이 침범하고 있다. 막강한 인프라와 자금력에다가 정부 관련부처들과 연결되는 인맥마저 독차지한다면 중소기업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먼저 퇴직 관료들의 양심에 호소하고 싶다.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산 공복(公僕) 출신으로 대기업 편에 서서 중소기업을 압살하는 일에는 가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철밥통 공직도 모자라 끝내 대기업의 황금밥통을 탐한다면 두 단계로 먹이사슬 구조를 원천봉쇄해야 한다. 첫째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즉 전관예우금지법을 엄격히 적용하거나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 부처들이 대기업 MRO를 아예 배제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얼마 전 행정안전부가 이런 방침을 밝혔다. 모든 행정부처나 공공기관으로 확산돼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 시장 진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부적절한 거래를 조사 중이다. 그래서 영입된 관료들이 방패막이로 나설 수 있는 시점이다. 때마침 공직자 비리 척결을 위해 사정기관이 총동원됐다. 그들이 전직 동료나 부하 직원들과 접촉하는지 촘촘한 감시망을 펼쳐야 한다. 물론 사적인 접촉마저 막을 수는 없다. 이 때도 사적인지, 업무적인지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2011-07-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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