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묻지마 발의’식 입법 포퓰리즘이 나라 망친다

[사설] ‘묻지마 발의’식 입법 포퓰리즘이 나라 망친다

입력 2015-06-23 17:58
수정 2015-06-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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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총 1만 3215건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 중 원안 통과되거나 수정 처리된 법안은 6.3%에 그쳤다. 어제 본지의 탐사 보도에서 밝혀진 국회의 ‘보여 주기식 입법’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여야는 감염병 대처 법안만 31건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가 뒤늦게나마 병원 이름을 공개하고 의료기관들도 이제 격리 시설을 마련한 터에 이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쓸모없게 된 건 불문가지다. 국회가 행정부의 무능을 보완하긴커녕 국정 혼선만 가중시키는 ‘입법 포퓰리즘’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지난 3년간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수가 전무한 의원이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법률소비자연맹과 공동으로 19대 국회 발의·처리 법안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19대 회기 중 재·보선으로 입성한 의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황진하·이석현 등 여야 다선 의원들의 입법 실적이 부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달랑 1건을 대표 발의·처리하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입법 건수가 ‘제로(0)’였다. 여야 당 지도부로서 ‘큰 정치’를 하느라 바빴겠지만, 이 또한 핑계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인 양 폭주하는 입법 포퓰리즘이야말로 우리의 의회민주주의가 중병에 걸렸다는 확실한 징후라는 얘기다.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5월 30일 이후 지난 22일까지 하루 13.4건의 새 법안이 접수됐으나 이 중 빛을 본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특히 의원 본인이 낸 법안을 반대, 또는 기권하는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도 심심찮게 연출되고 있다는 건 뭘 말하나. 애당초 실현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지역 주민이나 이해 집단의 민원에 편승한 발의였거나, 재정 여건을 도외시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시류에 영합한 발의였다는 뜻이다. 의원 10명 중 1명꼴로 법안 표결에 ‘상습 결석’하고 참석률 50% 미만 의원도 30명에 이른다.

대통령중심제에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우리 헌법 체계상 입법 활동은 국회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런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하는 것보다 더 큰 해악은 입법권을 요술 방망이인 양 두드리는 행태다. 오로지 선거 때의 표밭만 의식해 국가 재정을 거덜내는 법안을 남발하고, 정작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라면 여간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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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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