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 내 2만 8000명 고용” 최태원의 약속

[사설] “3년 내 2만 8000명 고용” 최태원의 약속

입력 2018-03-15 17:36
수정 2018-03-1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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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앞으로 3년간 80조원을 투자하고 2만 8000여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2만 8000명은 SK 인력의 30% 해당한다. 또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44% 늘어난 27조 5000억원으로 높이고 올해 안에 8500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란 점에서 볼 때 최 회장의 추가 고용 대책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특히 ‘공유 인프라’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최 회장이 협력사와 사회적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창업·벤처 기업을 위한 생태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상당히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재계의 잇따른 투자계획을 보면서 마음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재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대한 투자계획을 ‘전가의 보도’인 양 꺼내 들었지만 구두선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투자와 채용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해당 대기업 직원은 물론이고 국민도 알 길이 없다. 역대 정권 초기에 대대적인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고 난 뒤 잊힐 만하면 또다시 발표하는 재탕 삼탕 식을 되풀이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중복 투자계획 발표로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돌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기업 총수 회동에서 구본무 LG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은 물론 투자와 고용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서는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가 ‘투자’라고 외치면 ‘일자리’로 답해 달라”는 건배사를 즉석 제안하고, 참석 기업인들이 이를 따라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1월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23조원을 투자하고, 4만 5000명을 새로 고용하겠다고 김 경제부총리에게 약속했다. 앞서 LG그룹은 지난해 12월 김 부총리를 만나 올해 국내 신규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8% 늘어난 19조원으로 높이고, 내년에 1만여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삼성을 빼고도 3개 그룹의 내년 채용 규모는 어림잡아 3만여명이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실현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재계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투자와 신규 채용 계획이 ‘말의 성찬(盛饌)’에 그쳐선 안 된다. 성과주의를 겨냥한 것이거나 보여 주기식이라면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게 맞다. 거창한 구호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 주기 바란다.

2018-03-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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