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개혁’으로 ‘공룡’ 경찰 통제할 수 없다

[사설] ‘무늬만 개혁’으로 ‘공룡’ 경찰 통제할 수 없다

입력 2020-12-03 20:22
수정 2020-12-04 04: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그제 “자치경찰 도입,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경찰 개혁과 관련해 경찰청법과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과 국가정보원 개혁에 이어 권력기관의 한 축인 경찰의 개혁을 마무리할 법제화가 뒤늦게 진행된 것이다. 현재의 경찰조직 운영주체를 국가경찰위원회, 국가수사본부, 시도자치경찰위원회 등으로 분리하지만, 개별 경찰관 신분은 분리하지 않았다. 이른바 일원화 모델이다. 자치경찰의 수사는 신설될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이 지휘하고, 정보경찰의 역할은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예방과 대응 관련 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로 한정해 국내 정치인 사찰 등에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검찰의 수사권과 국정원의 대공수사가 경찰로 이관되는 등 두 기관의 권한은 축소됐지만 경찰의 권한과 조직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청장의 지휘 아래 놓은 것은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까지 이양받는 만큼 실질적인 통제장치가 필요한데도 법안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자칫 무소불위 권력의 상징인 검찰이나 국정원의 악습이 경찰로 옮겨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의당이 ‘무늬만 개혁’이라 혹평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경찰은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공권력이다. 경찰권력이 통제력을 상실해 인권침해나 사생활침해를 일삼게 된다면 국민의 불편과 피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1970~80년대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충분히 겪은 일이다. 경찰이 정치 권력이나 부당한 외부 입김에 흔들려서는 안 되겠으나 부패와 무능, 부실부사, 인권침해 등의 악습을 떨쳐내는 것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공명정대하고 유능한 경찰력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2020-12-0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