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감동/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감동/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0-08-10 00:00
수정 2010-08-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일본에서 소포가 왔다. 겉봉의 일본인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성급히 소포를 뜯었다. 꽃무늬 프린트가 된 널따란 천이 한장 들어 있다. 설명서를 보니 보자기, 책보, 가방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보내준 성의는 가상한데 아무래도 좀 싱겁다. 포장지를 버리려다가 속을 들여다봤다. 편지 봉투가 들어 있다. 하마터면 버릴 뻔한 편지. 만년필로 꼼꼼히 적어 내려간 사연이 장장 석장이나 된다.

짧은 일본어 실력을 총동원해 대충 읽어 보니 그제서야 소포를 보낸 주인공이 떠올랐다. 한국에 취재 차 왔던 NHK의 여성 PD였다.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하다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쓰여 있는 부채를 선물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담고 일하면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너무 깊은 감동을 받았고, 평생 그 말을 기억하겠단다. 부채를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한국말 공부도 시작할 계획이란다. 나는 그날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감동을 받았다니 정말 감동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08-1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