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망자의 작별인사/임태순 논설위원

[길섶에서] 망자의 작별인사/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1-09-28 00:00
수정 2011-09-2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투병 끝에 숨진 사돈 문상을 갔단다. 50대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등져 아쉬움이 컸다. 빈소 분위기도 무겁고 가라앉아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의외로 차분하고 경건했다. 그 비밀은 잠시 후 밝혀졌다. 빈소 한편에는 고인이 남긴 편지가 확대·복사돼 붙어 있었다.

“…여러분들께 받은 사랑과 위로 덕분에 건강할 때는 물론, 긴 투병기간에도 행복했습니다. …죽음은 많은 분들이 이미 간 길이고 또 모두 갈 길이기 때문에 삶을 당연하게 여기듯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사랑하는 사람들, 익숙한 일상과 영원히 헤어진다 생각하면 아득한 느낌인 것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고인은 가장 슬퍼할 처와 사랑스러운 딸은 하나님이 돌보아 주시리라 생각하니 홀가분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을 격려해 달라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깔끔하고 담담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별이었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1-09-2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