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막내 매너/임태순 논설위원

[길섶에서] 막내 매너/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3-02-05 00:00
수정 201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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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불가마방 입구에 평소엔 보지 못하던 팻말이 하나 걸려 있었다. 팻말에는 ‘막내 매너를 지킵시다’라고 적혀 있었다.

찜질방에선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나가는 사람이 종종 입초시에 오른다. 나가는 사람은 급한 마음에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나가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열 손실이 없는 게 좋다. 꼬리가 길다는 등 뒷담화가 나오기 마련이다. 아마 팻말은 이런 사람들에게 뒷마무리를 잘해 달라는 당부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도 ‘막내 매너’가 좋지 않으셨다. 방을 둘러본 뒤 나갈 때 방문을 완전히 닫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문 틈 사이로 추운 바람이 들어오면 뒤치다꺼리는 막내 동생 몫이었다.

막내 매너는 지하철에서도 중요하다. 전동차 찻간을 오가는 승객들의 꼬리는 길다. 뒷사람이 오는 줄 알고 연결통로의 문을 닫지 않기 때문이다.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면 경로석의 어르신들은 문을 닫고 다니라고 언성을 높인다. 집안에서야 막내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지만 지하철 등 공공생활에서는 막내 매너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3-02-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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