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떤 특별대우/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떤 특별대우/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입력 2015-04-22 23:40
수정 2015-04-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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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를 먹으러 가자는 후배를 구슬려 회사 뒤 냉면집에 갔다. 전국을 통틀어도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솜씨가 있는 집이다. 하지만 동료들은 이 집에서 있었던 폭주(暴酒)의 아름답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회사에서 가까운데도 흔쾌히 가려 하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후배가 가리키는 뒷자리를 보니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혼자 냉면을 드시고 있었다. 슴슴한 냉면 맛이 아직은 그리 익숙지 않아 보이는 후배는 그러면서도 “이북이 고향인 할아버지들이 혼자서라도 찾아와 긴 줄을 마다않는 집이 좋은 냉면집의 기준인 것 같다”고 제법 아는 척을 한다.

언젠가 냉면집 주인으로부터 “식당은 혼자 오는 손님을 박대하기 마련이지만 냉면집은 그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향민 어르신이 얼마나 고향 음식을 드시고 싶으면 혼자서라도 찾아오겠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가끔 찾는 송추의 냉면집도 어르신들이 휠체어를 이용하기 쉽도록 램프를 정비했고, 일어서고 앉는 것조차 큰일인 어르신들도 불고기며 갈비를 즐길 수 있도록 방에도 탁자와 의자를 마련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특별대우’도 사라질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04-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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