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도시락과 급식/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도시락과 급식/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11-08 18:18
수정 2015-11-08 20: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고 3 시절 저녁 식사 때면 바가지 머리를 했던 초등학생 여동생이 교실 문 밖에 서 있었다. 어머니가 지은 따끈한 밥을 갖고 온 것이다. 어머니가 코다리찜같이 집 밥상에 오르는 것을 반찬으로 싸 주셨기에 친구들한테 인기였다. 멸치볶음 등 마른반찬만 먹던 친구들이니 집에서나 먹는 생선 반찬들을 학교에서 먹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맛있었겠는가. ‘도시락 세대’의 추억이다.

요즘 학교 급식을 먹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추억이 있을까 싶었는데 최근 책 한 권을 받아들고 생각이 바뀌었었다. 초등학교 영양교사로 있는 친구가 ‘오늘 급식 뭐예요’라는 책을 냈다. 단순히 한 끼 먹는 급식 메뉴가 아니다. 특정한 요일을 정해 전국의 향토 음식, 절기 음식,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체험하도록 메뉴를 짰다. 건강한 한 끼 식사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문화를 알리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음식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도 곁들여 있다.

얼마 전 어느 학교는 음식 재료를 빼돌리고 더러운 기름을 몇 번이나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반면 급식에도 도시락 싸던 우리 어머니 같은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세상은 이렇게 빛과 어둠이 다 있나 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11-0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