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공기 자랑/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공기 자랑/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01-25 20:36
수정 2017-01-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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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려면 광역버스를 한 시간쯤 타야 하는 서울 주변 신도시에 살고 있다. 계획도시답게 편의시설이 다양하게 들어서 생활 여건은 좋지만,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편치가 않다. 그래서 친구들과 주거 환경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 동네는 공기만 좋아” 하면서 농담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공기 하나는 정말 좋다.

그래서 그런지 낮 동안 서울에서는 담배 연기에 비교적 무신경하다가도 아침저녁 집 주변에서는 관대해지질 못한다. 퇴근길 한 시간 동안 버스에 갇혀 있던 애연가들은 내리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멀리서라도 담배 연기가 느껴지면 어쩔 수 없이 기분이 상한다. ‘공기만 좋은 동네’에서 그것마저 망치는구나 싶다.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이어지면서 훼방꾼이 늘었다. 출근길 정류장에서 승용차에 탄 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엊그제는 학교에 가는 딸을 태워다 준 엄마 운전자인 듯했다. 승용차가 내뿜은 배기가스가 쉴 새 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덮쳤다. 말을 안 했을 뿐 표정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이튿날은 ‘아재’ 운전자였다. 공기 좋다는 자랑도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7-01-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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