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피(血)/최용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피(血)/최용규 논설위원

최용규 기자
입력 2017-04-18 22:28
수정 2017-04-19 00: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데/거치른 타관길에 주막은 멀다?”로 시작하는 명국환의 대표곡 ‘백마야 우지마라’는 노래방 문턱깨나 드나든 사람도 따라 부르기가 쉽진 않다.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갈아타고 중간중간에 바이브레이션을 넣어야 맛이 돌기 때문이다. 구순으로 가는 부친의 꿈은 가수였다. 가객 남인수를 따라다녔고, 청아한 음색도 유사했다. 막걸리 한 사발만 들어가도 몸을 들썩이며 한가락 뽑았던 그다.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목을 과하게 쓴 탓일까. 10여년 전 후두에 달라붙은 못된 선수(癌)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를 버렸다. 지방에 출장 갔을 때 혼자 노래방을 찾아 부친의 ‘십팔번’인 ‘백마야 우지마라’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부른 적이 있다. 넘어갈 듯 숨이 차고 도무지 그 근처에도 이를 수 없는 초라함에 마이크를 놓아 버렸다. 머지않아 찾아올 운명의 그날 부친을 떠올리며 사부곡을 바치고 싶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틈만 나면 이어폰 꽂고 노래 듣길 좋아하는 아들 녀석이 부친의 유전자를 받은 것 같다. 노래 실력은 모르겠지만?.

2017-04-1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