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리와 법력/이종락 논설위원

[길섶에서] 사리와 법력/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18-05-30 22:48
수정 2018-05-31 01: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조계종 원로의원인 속초 신흥사 조실 무산 스님이 어제 우리 곁을 떠났다. 속명이 ‘조오현 시인’으로 유명한 스님은 시조시인으로도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신흥사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금강산 건봉사에서 다비식이 이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같이 있던 지인이 툭 묻는다. “스님의 사리는 몇 개나 나왔을까.”

사리는 다비한 후에 나온 영롱한 색깔의 작은 구슬 형태의 물질이다. 석가모니의 사리는 8만 4000부분으로 나눠져 여러 나라의 사리탑에 안치됐다. 사리는 불자들의 숭배 대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리 신앙이 유별나다. 지인의 그 질문은 이런 우리 불교 문화에 익숙한 탓이리라. 사리 숫자와 법력이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도 증명된 게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불교신자들은 스님이 열반한 후 사리를 얼마나 남겼나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 마치 법력의 크기를 재는 듯하다. 더 중요한 것은 스님들이 남긴 가르침일 텐데. 무산 스님은 중생의 이런 아둔함을 경계해서인지 “화장해서 흩뿌려라”고 했다. 무산 스님은 중생의 사리 집착을 두고 “억!” 하고 또 꾸짖었을 것이다.

jrlee@seoul.co.kr

2018-05-3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