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삶이 녹슨들/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삶이 녹슨들/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8-06-10 22:50
수정 2018-06-10 22:5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출근길. 휴대전화 속 온갖 메시지가 주인을 유혹한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선거운동 정보에다 단톡방 메시지 등 헤아릴 수 없다. 사무실의 컴퓨터도 다르지 않다. 메일함을 열면 뉴스레터 등 홍보성 자료가 쭉쭉 올라온다. 스팸성 청소로 키보드 누르기가 바쁘다. 퇴근길 일상도 비슷하다. 디지털 기기와 함께하는 정보탐닉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된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연결사회’의 일상이다. 이용자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는 잘 이용하면 지식 근력 키우기에 제격이다. 그런데 이용자를 마케팅 수단화하려는 ‘빅브러더’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단절사회’라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온 가족이 모여 대화하던 ‘거실문화’ 대신 제각각 방에서 휴대전화만 만지작댄다. 나빠진 시력으로 가정불화도 생긴다. 정보 과잉을 제어 못 하는 ‘피로사회’의 흔적이다.

자유로운 사고를 위해 디지털 기기를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멀리해 보련다. 정보 추구형 일상이 현대인에겐 최소비용으로 최대만족을 누릴 조건일 순 있다. 하지만 잠시 쉰다고, 저녁놀을 바라본다고, 삶이 녹스는 건 아닐 게다.

eagleduo@seoul.co.kr
2018-06-11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