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선의 이동, 관점의 변화/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시선의 이동, 관점의 변화/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19-05-29 17:52
수정 2019-05-30 03: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시선이 움직인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짐을 뜻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는 조선 후기 파천황(破天荒)의 경험이었다. 당시 관행이었던 중국 산수화를 모방하는 구도를 깨뜨렸다.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를 보면 금강산 비로봉, 만폭동 등 금강산 봉우리들을, 요즘 말로 하면 ‘드론 샷’처럼 담아냈다. 시선을 이동시키며 그림에 대한 관점을 바꾼 것이다. 정선이 직접 발로 누비며, 장엄하지만 한편으로는 포근한 금강산의 내밀함을 고스란히 사생한 결정체였다.

금강산은 1998년 가을 남측에 감춰둔 비의를 공개했다. 많은 이들이 금강산을 찾아 감탄했고,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 체험이 2008년 중단된 뒤 11년째다. 북미 대화는 쉬 재개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더디다. 금강산 관광이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백 번 말해도 실효가 없다. 금강산을 직접 못가 보니 중국 화가 종병(375~443)이 “젊어서 산천을 돌아보고 늙어서는 이를 그려 벽에 걸어 누워서 즐긴다”고 말하며 와유(臥遊)를 권했듯 금강산 그림이나 찾아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서울 양천구 겸재정선미술관의 금강산 특별전이 한창이다. 평화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관점의 변화가 중요하다.

youngtan@seoul.co.kr



2019-05-30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