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여름 기억/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여름 기억/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7-30 20:42
수정 2019-07-3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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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일을 떠올리면 제어하기 어려운 사무침 같은 것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기억에 아슴함, 아련함, 아릿함, 이런 것들을 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안개 같기도 하고 아지랑이 같기도 한 살풋한 기억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해묵은 시간이라는 감정의 향신료를 듬뿍 맞은 기억은 회오리처럼 지나가면서 때로는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남녘 바다엔 물새들이 끼룩거리며 날고 통통배가 파도를 가르며 천천히 오갔다. 바다는 눈부시게 푸르렀고 수평선에는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밤이 오면 별똥별이 찬란하게 쏟아졌다.

개망초는 달빛에 가녀린 꽃잎을 흔들었고 풀벌레는 향연을 펼쳤다.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바닷가에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연들이….”

다음날 소낙비가 퍼부었다. 세찬 빗줄기는 무더위를 꾸짖듯이 가라앉혔다. 해변을 미친 듯이 내달렸다. 앞날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 서투른 불안감이 엄습하곤 했던 때였다.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 그 바다의 여름은 벌써 사십번이나 오갔다. 마음은 식어 갔고 몸도 굳어 갔다. 그 여름을 같이 보냈던 몇몇은 벌써 다른 세상으로 갔다. 그 여름이 저만치 서 있다.
2019-07-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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