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엉뚱한 상상/김상연 논설위원

[길섶에서] 엉뚱한 상상/김상연 논설위원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20-09-10 20:20
수정 2020-09-11 03: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지구상의 인류가 모두 사라지고 나만 혼자 남는 것이다. 사람만 없을 뿐 생활 시스템은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뭐부터 할까. 우선 값비싼 자동차 매장에서 최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나와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산해진미를 맛본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 가서 고가의 멋진 옷들을 입어 본다. 그리고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프리미엄 순면 100수 이불을 덮고 잔다. 이렇게 하면 과연 나는 행복할까. 아닐 것 같다.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앞날이 막막하고 공포감이 엄습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행복이란 다른 인간의 존재에 기반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타인이 있어야 나의 삶이 성립되는 것이다. 심지어 사람이 싫어 세상을 등지고 산에 들어간 ‘자연인’도 저 멀리 속세에 사람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상상으로 돌아가 보자. 홀로 남겨진 당신이 터벅터벅 대도시 한복판을 걷고 있다. 그때 거짓말처럼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다. 당신 외에 유일하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이다. 그는 아직 당신을 보지 못했다. 당신은 그를 외면할 수도 있고 달려가 반갑게 악수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

carlos@seoul.co.kr
2020-09-1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