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우유 트라우마/김상연 논설위원

[길섶에서] 우유 트라우마/김상연 논설위원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21-06-16 20:48
수정 2021-06-17 02: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릴 때부터 우유를 좋아했다. 없어서 못 먹었다. 그런데 성인이 된 뒤 언제부터인가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팠다. 나이가 들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에 걸리기 쉽다는 학설을 떠올리며 사실상 우유를 끊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그 사람도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팠다고 한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위장을 단련시킨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계속 우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우유를 먹어도 배가 아프지 않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실로 몇 년 만에 우유를 사서 조심스럽게 한 잔 먹어 봤다. 의외로 배가 아프지 않았다. 계속 먹었다. 가끔 아픈 적도 있었지만 참고 꿋꿋이 먹었다. 그랬더니 지금은 우유를 물처럼 마셔도 아무렇지 않다. 죽을 때까지 우유 마시는 즐거움은 더이상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이런 사례를 정신적 트라우마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건이나 사고 때문에 생긴 정신적 상처를 자꾸 피하려 들지 말고 마인드를 단련시킨다는 생각으로 정면으로 맞서면 어떨까. 한 번뿐인 인생, 트라우마로 괴롭게 살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2021-06-17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