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천주교와 제사/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천주교와 제사/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6-28 00:00
수정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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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옥마을은 서울 인사동이 부럽지 않은 전통문화의 거리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데, 전동성당의 존재 때문이다. 1914년 완공된 전동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이다. 한옥마을, 풍남문, 경기전과 함께 만들어낸 실루엣은 동서 문화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곳은 문화적 조화 이전에 문화적 충돌의 현장이다.

전동성당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순교지이기 때문이다. 천주교 신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운 사건으로 1791년 참수된 것이다. 역사는 진산사건이라고 부르는데, 윤지충이 살던 곳이 현재는 충청남도 금산이지만 당시는 전라도 진산(珍山)이었다. 유교국가에서 윤지충은 어머니가 돌아가자 이종사촌 권상연과 종교적 신념을 실천했고, 그 결과 전라감영으로 압송됐다. 윤지충은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로, 전동성당은 그 기념물이다. 1785년 천주교 모임이 발각된 을사추조적발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으로 역관 김범우가 유배되고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현장에서 숨을 거둔 것이 아니어서 천주교는 ‘증거자’로 기린다.

당시에도 조상의 제사를 지내면 안 된다는 천주교의 방침은 신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던 것 같다. 윤지충의 신앙도 ‘천주실의’(天主實義)와 ‘칠극’(七克) 같은 책이 깊은 영향을 미쳤다.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와 스페인 신부 판토하의 ‘칠극’은 모두 예수회의 전교전략에 따라 천주교 교리를 유교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쓴 것이다. 따라서 이 책들이 17세기 초반 조선에 전해졌을 때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근본주의에 가까운 도미니코회와 파리외방선교회가 선교를 주도하면서 베이징교구는 18세기 후반 제사를 금지한다. 뜻밖의 소식에 적지 않은 조선의 천주교 신자들도 제사를 버리기보다는 신앙을 포기했다.

천주교는 1962~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조상의 제사를 수용한다. 미사에서 라틴어가 아닌 자국의 언어를 쓰고, 같은 차원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한 예수상이 나올 수 있게 된 것도 그 성과의 일부분이다. 종교적 신념이라고 해도 영구불변의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만천하에 고백한 뜻깊은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윤지충을 비롯한 124위의 순교자와 최양업 신부를 성인(聖人)에 앞서 복자(福者)의 반열에 올리는 절차가 교황청을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윤지충의 시복(諡福)이 이번에는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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