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벽돌, 담쟁이덩굴] 현실

[붉은벽돌, 담쟁이덩굴] 현실

입력 2010-06-20 00:00
수정 2010-06-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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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까지 군대에 보내고 난 뒤 아내와 서해로 철 이른 바다 나들이를 갔습니다. 오랜만에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서, 그럼 아이들 생각도 덜 나고 갇혀 있던 마음도 확 풀릴 것 같아서…. 그런데 정작 바다와 마주하자 금세 천안함이 떠올랐고, 이어 46명의 꽃다운 장병들이 생각났습니다. ‘내 아들들, 내 새끼들…. 그 부모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도저히 남의 얘기 같지 않았고, 멀리 수평선에 걸려 있는 어선조차도 그 군함처럼 보였습니다. 저희같이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만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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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입니다. 올해로 6·25가 발발한 지 정확히 60년이 지났습니다.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로 남과 북이 갈려 있는 21세기의 유일한 분단국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분단의 현실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어느덧 두터운 망각의 이끼가 낀 것은 아닌지….

전쟁을 겪지 않은 저희 세대는, 어릴 적 어머니가 군인 시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던 서울 원남동 거리를 떠올릴 때면 애써 고개를 돌렸습니다. ‘또 그 얘기… 이젠 지겹지도 않나? 그래서 뭐 과거로 돌아가자는 거야? 우리에겐 남북을 뛰어넘어 활기차게 나가야 할 세계와 미래가 있는데….’

결국 둘 다 현실이겠지요. 휴전 상태도, 미래 지향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자 미래를 꿈꿀 자격이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군대 보낸 자식들이 몸 건강히 잘 다녀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마음, 이것이 요즘 우리의 현실일 것입니다.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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