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 18개월 vs 공보의 37개월… “이럴 바엔 의대 2년 다니고 입대”[인구가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현역병 18개월 vs 공보의 37개월… “이럴 바엔 의대 2년 다니고 입대”[인구가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김주연 기자
입력 2023-04-19 01:19
수정 2023-04-19 01: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라지는 공중보건의 <중>

인력 줄자 먼거리 돌며 순환 진료
업무 강도 점점 세져 기피 ‘악순환’
차라리 ‘짧고 굵게’ 현역 지원 선택
정부는 되레 순환 진료 확대 계획
“기저질환 파악 등 진료 연속성 문제”

이미지 확대
“아이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러는데 약 좀 주세요. 심한 감기가 온 것 같네.”

지난 12일 오후 충북 단양군 대강면 보건지소를 찾은 한 70대 여성이 “머리가 아프다”며 직원에게 약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곳엔 약을 처방해 줄 의과 공중보건의(공보의)가 없었다. 단양군에선 지난달 복무 기간 만료로 공보의가 대거 빠진 데다 기존 공보의도 여러 보건지소를 돌며 근무를 하는 중이었다. 이 직원은 “어머니, 오늘 선생님이 안 계세요. 보건소에 가시거나 저기 버스를 타고 단성면으로 가셔야 해요. 꼭 가세요”라며 애써 보건지소를 찾은 어르신을 돌려보냈다.

군 보건소, 읍면 보건지소에서 활동하는 공보의 부족으로 지역에선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존 보건지소 숫자보다 공보의가 부족해 공보의 근무 요일을 미리 챙기지 않으면 환자 입장에서는 헛걸음을 하는 셈이다. 직원들은 “선생님이 안 계셔서 다음에 오셔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면 항의하거나 화내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해법은 공보의를 늘리는 거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다.

17년째 의대 정원이 동결된 상태에서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군필 학생이 늘어난 것도 공보의 편입이 줄어든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공보의 감소 원인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현역병(육군)보다 복무 기간이 두 배 이상 길고 처우가 열악한 데다 적은 인력으로 순회 진료를 하면서 업무 강도가 이전에 비해 세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육군 현역으로 가면 18개월 만에 전역하지만 공보의는 3주 기초훈련 뒤 36개월(3년)을 복무해야 한다. 복무 기간만 놓고 봐도 공보의가 두 배 이상 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럴 바엔 현역으로 가겠다”는 의대생도 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의대 졸업 뒤 의사 면허가 있는 상태에서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갔다면 이제는 2학년을 마친 뒤 현역으로 복무했다가 다시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유상윤 대한공보의협의회 인천시대표공보의는 “현역 장병들 고생하는 건 알지만 18개월과 37개월은 이제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예전에는 선택지가 군의관 아니면 공보의였는데 지금은 현역이라는 선택지가 더 크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조민호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도 “예전에는 그래도 공보의가 현역병보다 낫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보의로 가려면 의무사관후보생으로 일단 편입돼 있어야 하는데 국방부가 군의관으로 갈 인력을 먼저 뽑은 뒤 공보의를 배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보의 부족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신규 군의관은 2019년 706명에서 올해 756명으로 늘었는데, 공보의는 같은 기간 1207명에서 1106명으로 줄었다.

이렇게 줄어든 공보의가 기존 의료 취약지에 분산돼 진료를 보다 보니 업무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공보의 1명이 월·수·금요일엔 A보건지소에서, 화·목요일엔 B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형식인데, 이동 거리가 만만찮은 지역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보의가 적지 않다. 주말이나 야간에도 “어지럽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어 당직을 서야 한다고 한다.

도서 지역에서 1년간 근무했다는 한 공보의는 “공보의를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야 하는데 소위 ‘섬보의’(섬 공보의)를 해 본 입장에서 후배나 동료 의사에게 섣불리 추천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유정희 서울시의원, 학교 체육시설 개방 정책 논의 주도

서울특별시의회 유정희 의원(관악구 제4선거구·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지난 19일 서울시의회에서 ‘생활체육 활성화와 학교체육시설과의 연계성’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학교 체육시설 개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와 실행 해법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정태호 국회의원,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이종환·김인제 서울시의회 부의장, 성흠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이 축사를 했으며, 시의회·체육계·학교현장·학부모 대표 등 각 분야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발제를 맡은 문성철 광신방송예술고등학교 교장은 학교 체육시설 개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장에서는 관리 부담과 안전 책임이 학교에 집중되는 구조가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고 짚었다. 문 교장은 명확한 운영 기준과 전담 인력 지원, 재정적 뒷받침이 마련될 경우 학교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개방 모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위성경 관악구의원은 도심형 자치구의 체육시설 부족 현실을 지적하며, 학교 체육시설이 주민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공공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별·자치구별 개방률 격차 문제를 언급하며, 서울 차원의 표준 운영 모델
thumbnail - 유정희 서울시의원, 학교 체육시설 개방 정책 논의 주도

정부는 공보의 감소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순회 진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선 진료의 연속성 문제를 지적한다. 의사 입장에선 처음 보는 환자에게 매번 설명해야 하고 기저질환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보건소마다 구비된 약도 달라 진료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원진 대한공보의협의회 부회장은 “현재의 의료 인력만을 쥐어짜는 임시방편으로는 의료 취약지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당사자인 공보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04-19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