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국내조선사, 해외업체 M&A 모색 등 잰걸음
글로벌 조선업계를 이끌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술 특허를 보유한 해외업체의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선박이 아닌 해양플랜트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조선업종에서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자재 국산화율 50%로 높여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들의 올해 전체 선박수주 금액은 이날 기준 136억 달러(약 15조 6400억원). 이 중 해양플랜트가 전체의 72.1%인 98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55% 정도였던 플랜트 부문 비중이 더욱 확대됐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전체 수주액 58억 달러의 93.1%인 54억 달러를 해양플랜트에서 따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일반 상선 발주가 줄어든 대신 고유가에 따라 해양에서 원유나 가스를 탐사하는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LNG-FPSO)나 원유를 시추하는 드릴십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은 해양플랜트는 물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특수선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지식경제부는 해양플랜트 산업 발전을 위해 기자재 국산화율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지난해 167억 달러 규모였던 해양플랜트 수주액을 2020년까지 800억 달러로 늘린다는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조선3사 합동으로 심층해양 플랜트 개발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기업이 삼성중공업이다. 지난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상 중심인 삼성엔지니어링과 해양 위주인 삼성중공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라고 지시한 이후 이러한 움직임에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모델로 삼고 있는 회사는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 조선, 중장비 등은 물론 항공분야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최초로 중공업(Heavy Industry)이라는 호칭을 붙인 기업답게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져 있다.
●삼성중공업, 유럽 업체 인수 검토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 업체들을 (M&A 대상으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과 지상플랜트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해양플랜트 분야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국내 최초로 LNG-FPSO 독자 모델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를 위해 야드를 넓히거나 도크를 새로 건설하는 등의 새로운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대선 이후인 내년 이후 누가 새로운 인수자가 되느냐에 따라 해양플랜트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내년에도 오일메이저를 중심으로 한 해양플랜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등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5-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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