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형집행 논란보다 교도행정 내실화를

[사설] 사형집행 논란보다 교도행정 내실화를

입력 2010-03-13 00:00
수정 2010-03-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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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을 계기로 여권에서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시는 우리 사회가 이번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도록 하려면 단호한 법 집행으로 흉악범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도 복역 중인 57명의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강호순, 조두순에 이어 이번 사건 용의자 김길태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행각은 예방 차원에서라도 극형으로 단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반인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사형 집행 여부에만 모아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형수를 처형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더 이상의 김길태가 나오지 않도록 할 방안에 대해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법 감정은 중시돼야 마땅하나 법 감정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사형제 폐지여론이 꾸준히 늘어나다가도 흉악범죄가 한번 터지면 돌연 사형제 존치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여론 추세가 이런 법 감정의 유동성을 말해 준다. 사형이 정말 흉악범죄 예방 효과를 지녔는지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사회 전체의 보다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사형 집행 논란에 앞서 교화행정 전반을 되짚어 보는 일이 시급하다. 김길태만 해도 성폭력 범죄로 두 차례에 걸쳐 12년을 복역했건만 성폭력과 관련해 그 어떤 교정치료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부터 교도소별로 성폭력 범죄자 교정 프로그램을 시행했다지만 김길태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그의 범죄행각이 더욱 흉포해졌다는 점은 교도행정의 작동에 문제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교정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없었으리라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그 가능성을 낮췄을 것임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논의의 초점을 교화행정 개혁에 맞추기 바란다. 좀 더 예산을 들여서라도 선진국 수준의 교화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성범죄자만을 수감하는 교도소를 늘리고, 전문가가 각 성범죄자의 개별 특성을 반영한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펴는 한편 출소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성범죄자 인터넷 공개제도의 실효성도 높여야 하며 재범자의 격리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법체계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2010-03-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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