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軍紀와 士氣/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軍紀와 士氣/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03-29 00:00
수정 201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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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 질서가 흐트러지고 사기가 땅에 떨어진 엉망의 군대를 부를 때 쓰는 말 ‘당나라군’. 중일전쟁기 일본군이 우왕좌왕하는 중국군의 모습을 놀려대고 비웃었다는 데서 유래된 속어로 통한다. 속빈 강정의 ‘당나라군’은 2003년 이라크전쟁 초기, 힘 한번 못쓰고 궤멸한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의 별칭으로도 회자됐다. 이라크 공화국수비대라면 8만여명에 달했던 최정예 부대. 후세인 친위대라며 위세를 과시했지만 연합군의 초기 공격에 흩어져 오간 데 없는 ‘종이호랑이’로 판명났으니….

오합지졸의 ‘당나라군’과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의 종이호랑이 오명은 모두 군기(軍紀)와 사기(士氣)의 실종을 겨눈다. 군대에서 한치의 소홀함과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질서 기강의 소멸이며, 싸울 명분과 의욕의 처절한 상실인 것이다. 군기와 사기가 떨어진 별개의 질서이고 기세일까. 전장서 병사 일탈과 실수에 일벌백계의 처단을 내리고 흩어지는 기세를 결집했던 극단의 처방은 모두 군기와 사기를 지키고 부양하기 위함이다.

춘추전국시대 ‘무패신화의 장군’, 오기가 지은 오자병법의 ‘필사즉생 행생즉사(必死則生 幸生則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요행히 살려 하면 죽을 것이라는 결사의 다짐이다. 임진왜란 영웅 이순신 장군의 말로도 유명한 ‘생즉사 사즉생’도 극한의 사기 다짐이고, 사기(史記) ‘회음후열전’ 속 한나라 조나라의 최후결전서 유래한 ‘배수진’도 군기와 사기의 다짐이다. 이 군기와 사기를 들추고 경계함이 먼 옛날, 먼 나라만의 일일까. 요즘 우리 군에도 무너지는 기강 질서의 일탈이며 그로인한 사기의 저하가 심심찮게 들춰진다. 몇몇 이탈과 일탈이 부르곤 하는 군 전체의 명예손상과 사기 저하의 안타까움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군을 향해 ‘당나라군’ ‘종이호랑이’를 들먹이는 이가 있을까.

천안함 침몰 사태에 군기와 사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46명의 대량실종을 부른 원인 규명이 늦어지는 데 따른 추측과 성급한 재단들이다. 함장을 비롯해 지휘부에 편향된 질타도 있고 평소 미흡했던 훈련과 소홀한 대응에 관한 화살도 쏟아진다.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마음과는 동떨어진 듯하다. 2002년 연평해전에서 희생된 전사자 6명과 부상자 19명의 아픔은 여전히 생생한데. 연평해전 희생자 말고도 꽃다운 젊음을 나라에 맡긴 젊은이들은 숱하다. 성급한 무심의 돌팔매에 억울하게 상처받는 젊음을 한번 생각해 보자. 사기는 군인만이 아닌 모두가 챙겨야 할 몫일 텐데.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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