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 당진군수

[사설]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 당진군수

입력 2010-04-27 00:00
수정 2010-04-27 00: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그제 해외 도피 미수사건을 벌인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하다. 현직 군수가 비리 혐의로 감옥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자 위조 여권까지 만들었다. 그의 행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훌륭한 지방일꾼을 뽑으려면 어떤 후보를 골라야 하는지 보여준다.

민 군수는 뇌물로 별장을 받고, 형 명의로 숨기고, 내연녀 여직원에게 자금 관리를 맡겼다. 특정 기업이 공사를 따내도록 입찰서 평가위원을 직접 지명했다. 이런 내용의 감사원 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반박 성명을 내고 버텼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군수에 당선된 뒤 통합민주당을 거쳐 한나라당 당진군수 후보가 됐다. 뇌물 수법·은닉의 권한 남용, 사생활 문란의 공직자 처신, 혐의 부인·도주의 뻔뻔한 대처, 철새 행보의 정당 공천 등 가히 비리 종합 세트다. 좀 빗대면 돈 공천 정도가 빠졌다고 할까. 총평하자면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 격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물전 역시 떳떳하다고 고개를 들 형편이 못 된다. 민선 4기 기초자치단체장 230명 가운데 42.2%인 97명이 비리와 위법 혐의로 기소됐다. 민 군수는 대표 꼴뚜기일 뿐이다.

기초자치단체장 기소율을 보면 민선 1기는 9.3%에 불과했으나 2기 24.2%, 3기 31.5%, 그리고 4기에 이르기까지 급증 추세다. 이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토착 비리 척결 의지에 따라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진 탓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이 ‘지역대통령’ 내지 ‘지역영주’로 군림하면서 폐해가 축적되어 온 게 근원적인 이유다. 돈 공천을 부추기는 정당공천제는 악을 잉태하는 또 다른 근원이다. 여야 정당들이 밥그릇을 놓지 않고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이상 제2의 민 군수를 뽑지 않는 건 유권자의 몫이 됐다.
2010-04-27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