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인 사찰 특검에서 말끔히 규명하라

[사설] 민간인 사찰 특검에서 말끔히 규명하라

입력 2012-04-02 00:00
수정 201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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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4·11 총선 정국을 달구고 있다. 파업 중인 KBS ‘새노조’와 민주통합당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문건 2619건 중 일부를 공개하면서다. 그제 새누리당은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제안한 반면 민주당은 특별수사본부 설치로 맞섰다. 우리는 성역 없는 수사로 책임 소재를 밝히는 일이 우선이지, 진실 규명 방식 그 자체가 또 다른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2008∼2010년 사찰 문건을 들여다보면 요지경이 따로 없을 정도다. 공직자들에 대한 첩보나 동향 파악이 대종을 이루고 있지만 불법 내지 월권 의혹을 살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 사정기관의 한 고위간부 사찰 문건에는 불륜 행적이 분(分) 단위로 기록돼 있다. 도청·미행 등 탈법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농후한 셈이다. 더욱이 애당초 사찰 대상도 아닌, 공영 방송사 간부들과 촛불집회 때 대통령 패러디 벽보를 붙인 서울대병원 노조 등 민간인까지 마구잡이로 사찰했다고 한다. 당연히 철저한 진상 규명 후 관련자들에게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이유다.

당초 공직윤리관실 인사들이 블로그에 대통령 비판 게시물을 올린 것을 빌미로 민간인인 김종익 전 KB 한마음 대표를 사찰한 게 사태의 발단이었다. 하지만 공개된 문건에는 상당수 여권 인사들도 사찰 대상에 포함돼 있다. 더군다나 청와대가 “사찰 사례 2600건 중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다.”고 역공을 폈다. 이쯤 되면 뭐가 문제인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지켜보는 국민이 헷갈릴 정도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정치 쟁점으로 변질될수록 진실 규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관련자 문책은 지연되고 국정은 표류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은 ‘객관적 수사’를 통해서만 끊어낼 수 있으며 그러려면 특검 이외에 무슨 대안이 있겠는가.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던 민주당이 굳이 특검을 마다하고 특수본 설치를 들고 나온 까닭이 그래서 궁금하다. 진실 규명보다 의혹의 장기화로 정권 심판론의 파괴력을 높일 요량이라면 딱한 일이다. 청와대도 제로베이스에서 특검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불법사찰 은폐에 개입한 듯한 정황이 속속 감지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사유는 충분하다.

2012-04-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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