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멋대로 여행/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멋대로 여행/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8-09-20 17:30
수정 2018-09-21 01: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행을 다룬 명언들이 많다. 괴테는 “사람이 여행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7~8월 숨막혔던 지독한 여름을 에어컨 바람으로 이겨 내며 9월 달력만 노려본 나날이었다. 날이 선선해지기를 기다려 얼마 전 남쪽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다운 여행이 뭘까. 지금까지의 여행 방식을 버려 보기로 했다. 촘촘히 계획을 짠다거나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고, 맛집을 찾아내는 일들을 가급적 외면했다.

가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평일이라 시속 30~40㎞로 천천히 다닐 수 있는 길이 많았다. 느릿느릿 풍경도 살피고 먹을 곳도 지나가다 들렀는데, 그게 대성공이었다. 남쪽에 널리고 널린 가게를 탐방하면서 생선구이에, 멸치쌈밥에 어느 것 하나 실패한 게 없다. 우리 땅 어딘들 그렇지 않겠느냐만 남쪽은 산 좋고, 바다 좋고, 음식 좋고, 인심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여행도 사흘째 접어드니 몸이 “이제는 집에 가자”고 한다. 숙소를 큰 마음 먹고 골랐는데 잠도 설치고 편치 않다. 수도권의 퇴근 정체에 걸려 집까지 8시간 걸린다. 파김치가 돼 집에 돌아오니 꿈만 같다. 누추한 집이라도 떠나 봐야 집 소중한 것 안다는 옛 어른 말씀이 새삼스럽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8-09-2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