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중국 영향권 벗어나 서방 접근 움직임… 일본ㆍ인도ㆍ동남아, ‘중국 포위 동맹’ 형성
중국은 지난 30여 년간의 개혁ㆍ개방 결과 경제 대국과 군사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주변 국가의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켜 외교적 영향력이 감소세를 보이는 이른바 ‘대국 고독증(孤獨症)’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중국이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첫 항공모함을 진수해 함재기 착륙 훈련에 성공하는 등 ‘중화 부흥’의 꿈에 다가서는 순간 전통적인 우방인 미얀마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방문을 환영한 것이 대표적인 증세라는 진단이다.
26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 중문판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에드워드 라트왁 선임고문은 최근 출간된 저서 ‘중국굴기(굴<山+屈>起·우뚝 일어섬)와 전략논리’에서 “미얀마는 종전 중국 세력권에 속했으나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중국 세력이 강대해지자 대중 의존 관계를 청산하고 서방국가들에 접근하기로 결정했다”고 갈파했다.
라트왁 선임 고문은 이 책에서 중국은 경제가 발전하고 군사력이 증강될수록 더욱 강경한 외교정책을 내세워 인접국들에 위기의식과 반발 심리를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가는 이미 심리적으로 중국에 맞서는 연맹을 형성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국은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구매력과 수출, 그리고 투자가 늘어나 인적 교류 증가와 함께 영향력이 확대돼야 하지만 목전의 형세는 그렇지 않다고 라트왁은 분석했다
일본, 인도, 필리핀 등 이웃 국가들이 중국의 굴기에 위협을 느껴 동맹 구성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인도와 베트남은 잠수함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필리핀의 국방력 지원에 나섰다. 자연스럽게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옛 소련의 붕괴로 단일 패권국으로 올라섰을 당시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는 이미 미국 영향력 저지를 위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라트왁은 최근 동ㆍ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의 영토 갈등이 심화한 것은 중국의 국력 상승 이외에 민중의 민족주의 감정 고조에 원인이 있다고 풀이했다. 독일에서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발생한 민족주의 감정 발흥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중국 민심을 언제 어디로 ?지 모르는 ‘지옥의 폭주 전차’라고 비유했다. 기아에서 벗어나고 살림이 피면서 의식주가 풍부해지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관대해 질 것 같지만, 사실은 옛 원한과 수모가 생각나 분노와 적개심이 커진다고 라트왁은 말했다. 이런 심리는 역사상 여러 국가와 문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중국의 민심이 지금 이런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라트왁은 중국 공산당이 이런 민심에 영합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로는 더는 중국을 통치할 수 없게 되자 민족주의 정서를 조장해 원한과 분노를 외부의 적에 돌리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국 민중이 국제사회의 권력 균형과 실제 형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모함 한 척을 보유한다고 해서 강력한 해군이 되는 것이 아니며 중국 해군력은 미국 해군은 물론 일본 해군보다도 크게 뒤진다는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ㆍ일 해군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일본 해군이 삽시간에 중국 해군을 격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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