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협상 무위…공무원 일시해고·공공프로그램 축소 불가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자동 지출삭감(시퀘스터) 명령에 서명하면서 향후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는 시퀘스터가 공식 발효됐다.서명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시퀘스터 차단을 위한 막판 타협을 시도해 기대를 모았으나 무위에 그쳤다.
오바마의 서명으로 오는 9월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의 지출을 850억 달러 삭감하는 조치가 공식 발동됐으며 공무원 일시 해고와 공공프로그램 축소 등에 따른 혼란과 충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의회에 지출삭감 내역을 보고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시퀘스터 발동은 이미 예견돼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앞으로 예산안, 국가 채무한도 증액 등을 둘러싼 협상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미국 국민들의 ‘악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시퀘스터 발동 이후에도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피해가 본격화하기 전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지도부와 회동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출삭감 조치는 불필요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국민이 당장 고통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그 고통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나는 오늘 의회지도부에 지출삭감은 경제를 어렵게 하고,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면서 “그러나 이(지출삭감)는 공화당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삭감조치는 좀 더 균형적인 접근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며칠간, 몇주간 상·하원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바로잡자’고 말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협상에서도 공화당이 반대하는 세수 확대 방안을 주장하겠다는 뜻을 재확인, 난항을 예고했다.
실제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원은 시퀘스터를 막을 계획을 마련했었다”면서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에 세금을 올렸고, 이제 세금에 대한 논의는 끝났다”고 잘라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공화당과 끝장 협상을 할 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라면서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과 존 베이너 의장이 가겠다고 말하는데 경호원들을 불러 문을 막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시퀘스터 발동으로 미국 정부는 앞으로 7개월간 모두 850억 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방예산에 해당된다.
따라서 미국의 군(軍) 전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장기적으로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당 1천500~2천명으로 추산되는 국방부의 민간고용이 동결되고, 일시해고 대상만 4만6천여명에 달한다.
또 연방항공청(FAA) 직원 4만7천여명이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고 세관을 비롯해 국경경비대, 연방교통안전청(TSA) 직원들도 같은 처지여서 공항이나 항구에서 승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무부는 육류검사 직원 8천400명이 무급휴가를 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육류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삭감되는 것은 일반적인 연방정부 사업비용인 ‘재량적 지출’이며,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정부부채 이자 등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다. 삭감액인 850억 달러는 올해 전체 연방예산 3조6천억 달러의 약 2.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시퀘스터가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작전연습인 한미 ‘키 리졸브(KR)’ 연습은 예정대로 이달 10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실시되며, 주한미군 순환(로테이션) 준비도 계속 진행된다.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 정치권이 결국은 타협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를 ‘재앙’이라고 했으나 공화당은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실제 결과를 보자”는 입장으로 양측이 계속 타협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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