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우회비행…공격 배후와 격추 과정에 촉각
17일(현지시간) 295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소식에 유럽 각국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고에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며 “관계자들을 소집해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총리실은 마르크 뤼터 총리가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끔찍한 비극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발표했다. 뤼터 총리는 “현재 사고 상황이나 승객 정보 등 파악되지 않은 사실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수행해 코트디부아르를 방문 중인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격추된 비행기에 적어도 4명의 프랑스 국적자가 타고 있었다”며 진상 파악을 위한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영국 교통청은 “사고 지점을 통과하는 여객기에 대해서는 우회 조치를 취했다”며 이 지역을 통과하는 항공기는 우회 항로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주요 언론은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전하면서 이 같은 참사를 빚은 공격의 배후와 격추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BBC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10㎞ 상공의 여객기를 격추하려면 레이더 유도를 받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전투기를 이용한 공대공 미사일 공격도 꼽았다. 하지만 휴대용 방어 미사일이나 더 작은 지상 무기로는 항공기 격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우크라이나 반군은 휴대용 방어무기의 도달거리가 최대 3~4㎞에 불과하므로 항공기를 격추한 주체로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의심해야 한다는 반군 대변인의 주장도 전했다.
항공전문가 크리스 예이츠는 격추된 여객기가 300명 가까운 승객을 태우고 사고지점을 비행 중이었다면 적어도 9.7㎞의 고도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전문가 댄 밀모는 일간지 가디언에 “우크라이나 무력충돌 사태 이후에도 민항기들이 이 지역 영공을 정상적으로 이용해 사고를 불렀다”고 말했다.
토니 브렌턴 전 주러시아 영국대사는 “반군의 소행이라면 국제적인 비난은 물론 제재 조치의 후폭풍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격추사건은 단순한 사고나 재난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러시아에 대해 혐의를 제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러시아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덜란드 언론은 사고기에 네덜란드어를 사용한 승객이 최소 30명 탑승했으며 잔해가 발견된 지점에서 네덜란드 여권이 여러 장 나왔다고 전했다.
유럽 언론들은 지난 3월 인도양에서 승객 227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실종된 데 이어 또다시 이번 피격사건이 일어난데 대해 같은 항공사가 4개월 사이에 두번씩이나 대형 사고에 휘말린 것은 초유의 일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주요 항공사들은 사고 직후 이 지점을 지나는 항로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영국 브리티시항공, 프랑스 에어프랑스는 우크라이나 동부항로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버진항공도 “당장 오늘 밤 사고지역을 지나는 항공편에 대해 우회 항로를 사용하도록 조치했으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항공사 트랜스에어로도 제3국 영공을 지나는 모든 비행기에 대해 우크라이나 영공을 우회 통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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