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도…대선 1년 전인 내년 말 종료 예정
미국 하원의 ‘벵가지 특별위원회’가 17일(현지시간)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벵가지 특위는 9·11 테러 11주년인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무장반군이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로켓포 등으로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하고자 지난 5월 공화당이 주도해 만든 특위다.
공화당 7명, 민주당 5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트레이 고우디(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벵가지 특위는 앞으로 국무부 관련 관리들을 증인으로 불러 핵심 쟁점인 국무부 책임조사위원회(ARB) 조사보고서 내용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의 진상에 관한 ARB 보고서는 국무부 고위직 관리들의 지도력 발휘와 관리 실패로 영사관에 대한 특별보안 태세를 갖추지 못했고, 이 때문에 공격을 초래해 미국인이 희생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위는 또 미 국무부의 테러 징후 사전 인지 여부와 더불어 중앙정보국(CIA)의 초기보고서에 대한 수정 압력 논란도 검증할 계획이다. 미국 언론들은 CIA 보고서가 미 의회에 전달되기 전 국무부의 압력으로 ‘사전 테러가능성 경고’ 등의 표현이 삭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벵가지 특위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것이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행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다.
클린턴 전 장관 재임 시절 발생한 벵가지 사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실패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 자신도 지난 1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가 주최한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벵가지 사건을 재임 중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공화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벵가지 특위를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공격 무대로 활용하려고 벼르고 있다. 특위 종료 시점을 대선 꼭 1년 전인 2015년 말로 잡은 것도 이런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특히 ARB 보고서가 비록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위원회 자체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 재직 시절 구성돼 객관적이지 못한 만큼 벵가지 특위를 통해 한층 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고우디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특위는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성급하게 결론 낼 필요가 없으며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벵가지 특위가 클린턴 전 장관이나 그의 측근들을 직접 부를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고우디 위원장이나 공화당 특위 위원들조차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들은 “ARB 보고서도 나온 만큼 더 이상의 청문회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이번 특위는 사실상 클린턴 전 장관을 흠집 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들은 벵가지 특위 가동에 맞춰 전날 별도의 웹사이트까지 구성하고 공화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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