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 비판한 공화 지도부에 협박성 역공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무소속 또는 제3당 출마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자신의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의 역풍이 거센 상황에서 당 지도부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하자,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다시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ABC 방송에 출연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묻자 자신이 원치 않는 선택지라고 밝히면서도 “(당으로부터)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면 나는 당연히 그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지지자의 68%가 내가 공화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지지하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날 공개된 미 일간 유에스에이투데이와 서폭 대학의 공동 여론조사(12월2∼6일·1천 명) 결과를 거론한 것으로, 트럼프는 전날 여론조사 결과 공개 후 이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도 올렸다.
지난 9월 경선 결과 승복 서약서에 공식 서명한 트럼프가 그동안 여러 차례 당이 자신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면 언제든 탈당해 제3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해 왔으나, 이번 경고는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일제히 트럼프의 발언은 ‘보수주의도 아니고, 당과 국가의 가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CNN 방송은 이날 ABC 방송을 인용해 “트럼프가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다시 열어뒀다”고 전하면서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경우 이는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백악관을 되찾을 기회를 확실하게 빼앗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AP 통신은 “트럼프가 공화당을 혼돈의 가장자리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소수계를 끌어안고자 노력해 온 당 전체의 노력이 위험에 처하자 당 지도부가 선두 주자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공화당 주류 진영은 현재 히스패닉과 무슬림 등을 향한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당 이미지를 크게 훼손함으로써 대선 본선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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