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는 물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강력히 반대
미국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가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원유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1일 중앙정보국(CIA) 관계자,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정보관 등 정보당국 및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난 뒤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당국자들의 이 같은 발언을 소개했다.
원, 이 의원은 “이들이 ‘한국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내놓는 것을 이해한다’, ‘한국 사람들이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은 원 의원이 독자 핵무장 관련 한국 내 여론을 전하면서 “‘확장억제’를 구체적, 가시적으로 하는 게 핵무장 관련 여론을 커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으로 나온 것이다.
두 의원이 소개한 발언의 순서로 볼 때 당국자들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부정적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 사안의 폭발력과 민감성을 고려하면 자칫 의도치 않은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당장 ‘독자 핵무장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 정부와 공식 입장과 달리 정권 교체기에 내부적으로 한반도 정책에 대한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 정보당국자들의 발언이 설령 원론적 언급이라고도 하더라도 한국을 비롯한 당사국과 주변국들이 그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지금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부인하면서 한 발짝 물러서긴 했지만 지난 3월 25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해 상당한 파문을 일으킨 터라 미 정보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당시 NYT 인터뷰에서 ‘미군이 주둔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 핵무장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라면서 “우리는 더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으며 지금은 핵의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미국에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고도 주장했다.
외교 소식통들도 이들 정보당국자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한국 독자 핵무장 불허 원칙에 관한 미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한국 독자 핵무장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필요할 경우 핵우산 등 확실한 억지력 제공을 통해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게 미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다.
존 울프스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지난 9월21일 워싱턴DC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재단-윌슨센터 공동주최 ‘제4회 한미대화’ 행사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또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클린턴은 전날 오하이오 주(州) 켄트 유세에서도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 용인 시사 발언을 겨냥, ”나는 지금 우리가 왜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면서 ”특히 그는 다른 나라들, 구체적으로 일본, 한국,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도 핵무기를 갖길 원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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