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교육현장 축구굴기 광풍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교육현장 축구굴기 광풍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03-23 00:54
수정 2015-03-2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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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마다 축구팀·필수과목 열공 “점수화… 제2 입시지옥” 우려

“누구나 축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누구나 축구를 사랑해야 한다.”

요즘 중국 초등학교 교실에 급훈 대신 등장한 문구다. 체육 시간에 하던 맨손 체조가 축구공을 들고 하는 ‘축구 체조’로 바뀌는가 하면 반마다 축구팀이 만들어지고, 1년 내내 축구 시합 일정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축구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염원인 ‘축구굴기(崛起)’를 실현시킬 ‘중국 축구 개혁 종합방안 50개조’가 발표된 지난 16일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축구를 사랑해야”… 초등 교실 급훈 대신 등장

산둥(山東)성 교육 당국은 대학연맹 농구리그와 배구리그를 폐지하고 축구리그를 창설하기로 해 물의를 빚었다. 산둥성 초등학교들은 축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시험을 드리블, 패스, 헤딩, 슈팅으로 세분화했다. 충칭(重慶)시의 한 초등학교는 반마다 축구부를 만들었으며, 축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응원소조’에 가입해야 한다. 장쑤(江蘇)성은 인근 초등학교를 묶어 ‘축구 슈퍼리그’를 만들었는데, 학교당 100게임을 뛰어야 한다. 광저우(廣州)시는 내년까지 100개의 축구장을 만들기로 했으며, 선양(瀋陽)시는 ‘1마을 1축구부’ 계획을 발표했다.

●축구로 학생들 ‘줄 세우기’ 현상… 비판 고조

법제만보(法制晩報)는 “축구가 학교로 들어가는 순간 점수화되고 입시화된다”고 우려했다. 신화망(新華網)은 “축구가 또 하나의 입시지옥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학교장들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2만개 축구 특수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계획을 쏟아 내고 있고, 교사들은 축구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오래 맡았던 영국 프리미어리그 출신 키스 블런트는 10년 전 “오리 사육 방식의 중국 축구에선 지혜로운 축구선수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은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중국 특색의 축구 관리 방식’으로 아시아를 제패한 뒤 월드컵까지 개최하겠다고 장담했다. 지금 교육 현장에 몰아치는 ‘중국 특색의 획일적 방식’은 축구를 우뚝 세우기는커녕 학생들의 지혜를 고갈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3-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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