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도쿄국제대 교수 “북핵개발 방치말고 중단위한 협상할 때”
“북한 핵개발 강화에 비례해서 한국의 핵보유 의지 강해질 것”
일본의 북한 전문가 이즈미 하지메 도쿄국제대 교수
북한 핵무기 개발의 중심이 플루토늄탄에서 고농축우라늄(HEU)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일본의 북한 전문가가 진단했다. 2016.4.5.연합뉴스.
북한 핵무기 개발의 중심이 플루토늄탄에서 고농축우라늄(HEU)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는 일본의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65)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5일 도쿄 포린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대상 브리핑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즈미 교수는 “북한은 4차례 핵실험으로, 보유중인 플루토늄을 16∼24kg 사용했을 것이고 그 결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플루토늄 보유량에는 제한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와 경수로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가로 만드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HEU 핵무기 개발로 전환하기 좋은 시기이며,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2002년 제2차 북핵위기때부터 부상한 HEU 프로그램은 북한의 풍부한 천연 우라늄 매장량을 감안할 때 핵무기 양산 체제 진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는 사안이다.
이즈미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도 핵개발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되고 핵물질 보유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핵개발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핵개발을 막아야 하는 이유로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과 북한이 국제 테러단체에 핵무기 및 기술을 판매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지난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전술핵 보유 주장에 대해 ‘안 될 일’이라고 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 것은 놀라운 일이며, 중대한 일”이라며 “북한 핵능력이 강화하는 것에 비례해서 스스로 핵무기를 가지려는 한국 측 생각이 강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 하나의 가능성은 북한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돈을 가진 테러 단체에 핵기술과 핵무기를 파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면 북한은 가장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으로 핵물질과 핵기술 판매를 생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즈미는 “압력만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그만둘 가능성은 ‘제로’”라고 지적한 뒤 “우리는 접근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단 현 상황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도록 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도 핵무기 개발을 그만두지 않으면 경제 재건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타협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즈미 교수는 북한의 현재 플루토늄 보유량, 북중관계의 추가 악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는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즈미는 또 내년 1월까지인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안에 북미간에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실질적인 ‘딜’(합의)이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제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 위해, 북한은 한국을 자극해 남북관계 개선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각각 상대와의 대화를 일단 시작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미국 대선후보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가장 희망할 것”이라 덧붙이며, 그의 당선으로 북한에 대한 식견이 깊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와 대북 정책에 대해 조언하게 되길 기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이즈미 교수는 김정은이 36년간 열지 않았던 노동당 당 대회를 올해 5월 개최하기로 한 것은 3∼4월 진행되는 한미 군사훈련 종료 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건설을 본격화하려는 구상에 따른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해 그 정도까지 강경한 태도로 나올 줄은 북한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북한이 상황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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