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올해로 34회를 맞는 서울도예공모전 심사를 하면서 30년 전 이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젊은 작가로 열심히 작업했고 출품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던 지금의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예작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가 바뀌어도 같은 흙과 유약을 사용하고 가마 소성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까다롭고 힘들며 많은 노동을 요구하는 예술 작업이다. 기술을 익히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익힌 기술로 성형한 흙에 보이지도 남지도 않는 불이 더해져서 마치 기억의 흔적처럼 작업의 과정으로 남는다. 이런 어려운 조건들을 잘 조합해 완성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 힘든 작업을 마친 작가들의 수고를 먼저 높이 칭찬해 주고 싶다.
심사위원장 배진환(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고 훌륭한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30년이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작업이 현대미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좀 더 생각을 발전시키고 공격적으로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심사 때마다 느끼는 것은 혹시 작가가 작품 제목을 미리 정하고 작업하는 것은 아닌지, 도예작업이라 작품의 기준이 기술력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하는 것이다. 30년 전의 도예라면 이러한 생각이 통했지만 지금 이 시대는 그렇지 않다.
현대도예는 현대 미술 분야에 속한 하나의 장르로서 가치를 가져야 하며 또 시대가 그것을 냉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 나름 흥미로운 작업들도 눈에 띄었고,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았지만 일차적인 작업과정에서 멈추었고 새로운 시도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더 날아올라야 하는 상황인데 조금은 정체된 것 같은 상황에서 주제를 살릴 수 있는 조형 언어 사용의 부족함을 보며 아쉬웠다. 하지만 작업 과정의 노고를 아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작업하고 고민한 흔적들을 보며 출품한 모든 작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장 배진환(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2015-1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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