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작 논란에 휩싸인 ‘미인도’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천화백은 여인상을 그릴 때 반드시 모델을 앞에 두고 그렸으나 진위 논란에 휩싸인 ‘미인도’는 모델을 두고 그린 그림의 비율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화랑 대표 중 천 선생님과 제일 친한 사람은 나였을 것”이라면서 “천 선생님의 작품을 자신 있게 본다”고 강조했다.
임 전 대표는 화랑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펴낸 책 ‘나의 화랑 우리들의 화랑협회’에서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단하는 첫 번째 이유로 ‘미인도’ 속 여인의 얼굴 크기와 어깨 비례가 이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머릿결이 표현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여러 감정가의 의견에도 뜻을 같이했다. 임 전 대표는 “선생님은 반드시 머릿결을 표현해 입체감을 강조했다. 또한 구도로 볼 때 귀가 일부라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깨 위에 있는 나비의 크기와 머리 위에 얹힌 식물의 형태도 위작의 근거라고 임 전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나비가 너무 크다. 비율로 봐서 참새보다 더 크다”며 “머리 위쪽에 있는 꽃과 또 다른 형태의 식물이 뭔지 모르겠다. 천 선생님은 이렇게 애매한 형상을 그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비뚤어지고 마치 비웃는 듯한 느낌의 입술을 가진, 입술을 포함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렇게 험악한 여인을 그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 전 대표는 ‘미인도’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천 화백이 고령이었지만 정신이 말짱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그때 천 선생님 연세가 67세였는데, 누구나 있는 약간의 건망증은 있어도 자기 그림을 보고 기억 못 할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무렵 한 중년 여성이 천 화백이 그렸다는 바다 풍경 그림을 갖고 와서 감정을 부탁했는데 이를 천 화백에게 보여주자 바로 “전남여중 다닐 때 제주도 수학여행 가서 그린 것”이라며 반가워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오히려 천 화백 같은 사람이라면 자식은 못 알아봐도 작품을 못 알아보기는 어렵다고 임 전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자식은 낳자마자 헤어지면 수십 년 뒤에는 못 알아볼 수 있지만, 그림은 시간이 지나도 모습이 바뀌지 않는다. 그림을 자식에 비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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