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생각 닮은 풍자

같은 생각 닮은 풍자

입력 2014-03-25 00:00
수정 2014-03-2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중현대미술전-액체문명전

“집요하게 보채는 작전이 통했는지 마침내 필요하면 가지라며 모자와 동전을 통째로 내밀더군요. 모자를 받아들자 오래된 기름때가 묵직하게 손가락에 착 달라붙었어요. 퀴퀴한 냄새도 코를 찌릅디다. 노인은 3년간 정든 모자라고 애착을 보이며 몇 가지 에피소드도 곁들였어요. 유달리 무겁고 마음에 들었죠.”(2013년 8월 9일 안국역)
이미지 확대
이원호 ‘Story I’
이원호 ‘Story I’
이미지 확대
왕칭쑹‘Follow you’
왕칭쑹‘Follow you’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대안 미술을 공부해 온 이원호(42) 작가에게 걸인의 동냥 그릇은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예술품이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백발 부랑 노인의 ‘동냥질’이 단초가 됐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서울과 위성도시 곳곳을 돌며 53개의 적선 도구와 적선받은 돈을 모았고, 이를 설치 작품인 ‘스토리Ⅰ’(StoryⅠ)으로 바꿔 놓았다.

“100명 중 95명은 당황하며 팔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갖고 싶은 건 10배까지 값을 치르더라도 꼭 손에 넣었어요.”

작가가 바닥에 늘어놓은 담요, 종이상자, 모자, 바구니 등 다양한 적선 도구 못지않게 벽면에 내걸린 가계부를 닮은 흥정 기록이 눈길을 끈다. 2013년 8월 9일 안국역·1770원(실가격)·1만 3500원(구입가격)·-1만 1730원(차액), 2013년 9월 11일 의정부·0원(실가격)·3500원(구입가격)·-3500원(차액)…. 수집한 돈은 불과 8만 7040원에 불과했으나 작가가 부랑자들에게 치른 돈은 4배 가까운 34만 200원이었다.
이미지 확대
먀오샤오춘 ‘Public enemy’
먀오샤오춘 ‘Public enemy’
이미지 확대
이용백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 탱크’
이용백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 탱크’


대체 왜? 작가는 “대가 없는 적선을 통해 그들과 나를 구분 짓고 동정하기보다 ‘흥정’이란 협상의 장에 걸인을 끌어들여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인간으로 마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배제해 왔던 존재들을 수평적 관계로 복권시켰다는 것이다.

작업 과정 곳곳에 남겨 놓은 메모가 인상적이다. “이 동네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 우연한 만남에서 재빨리 흥정에 성공해야 한다”(연신내역)거나 “이곳 부랑인들은 유달리 낮부터 술에 취해 있어 조심스런 흥정 끝에 어렵게 스테인리스 그릇(동냥 그릇)을 얻었다”(서울역)는 등이다.

5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어지는 ‘한·중 현대미술전-액체문명’전에는 만지면 끈쩍한 손때가 묻어날 듯한 걸인의 적선 도구처럼 거친 삶의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겼다. 이용백(48) 작가는 영상에 담은 퍼포먼스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 탱크’를 통해 긴장과 불안이 만연한 현대사의 질곡을 에둘러 표현했다. 경복궁에서 출발한 꽃으로 치장한 실제 탱크는 임진각까지 내달렸다. 작가는 “1979년 12월 12일 이후 경복궁 앞에 탱크가 지나간 것은 처음으로 국방부의 협조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진가 리웨이(44)는 사람이 고층빌딩 옥상에서 한쪽 발만 걸친 채 아슬아슬하게 서 있거나, 달리는 열차에 매달린 듯한 다분히 엽기적인 사진들을 연출했다. 실제라고 믿기엔 위험천만하지만 모두 실제 촬영한 것들이다. 작가는 “급격한 변화로 불안에 시달리는 중국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3점이 전시된 왕칭쑹(48)의 ‘팔로’(Follow) 시리즈도 이목을 끈다. 거대한 칠판에 중국어와 영어를 가득 적어 놓은 ‘팔로 미’, 서재에서 끙끙 앓는 초췌한 작가의 자화상을 담은 ‘팔로 힘’, 200여명의 학생이 책으로 뒤덮인 교실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팔로 유’ 등이다. 서구화의 물결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대 중국인의 모습을 풍자한 작업들이다.

전시에는 이 밖에 신형섭·이창원·한경우·한진수·먀오샤오춘·쑹둥·쉬융·장샤오타오 등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현대인의 모습을 흐릿하게 표현한 초상(쉬용), 스크린에 투사한 가짜 성조기(한경우) 등 자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를 꼬집은 모습은 한·중 간에 차이가 없었다. 선승혜 학예연구부장은 “안정적인 고체와 달리 끊임없이 변하는 액체의 유동성에 현대사회의 불가해성을 투사한 것이 전시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어린이와 소통하며 서울시의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역할 소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영옥 위원장(국민의힘, 광진3)은 지난 3일 서울자양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진행된 EBS ‘찾아가는 서울시의회 퀴즈쇼 해통소통 탐험대’ 4화 자양초 편에 특별대원으로 출연하여 어린이들과 함께 서울시의회의 역할과 보건복지위원회의 중요성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했다. 이번 녹화는 서울시의회와 EBS가 공동 기획한 ‘해통소통 탐험대’ 시리즈의 하나로, 어린이들이 퀴즈와 대화를 통해 시의회의 기능과 위원회별 역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김 위원장은 보건복지위원회를 대표하는 특별 대원으로 등장해 “시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는 건강 지킴이”로서의 보건복지위원회의 역할을 설명하고 어린이들과 직접 퀴즈를 풀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김 위원장은 “보건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복지는 생활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위원회가 맡고 있는 병원, 복지관, 어린이집, 노인·장애인 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친근한 예시로 소개하였다. 이어 출연진과 함께 진행된 퀴즈 시간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의 소관 사무와 관련한 퀴즈를 직접 출제하고, 아이들의 답변을 응원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공동 발의
thumbnail -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어린이와 소통하며 서울시의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역할 소개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3-25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