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 뛰던 이 남자 위해 ‘고스트’ 주인공을 늘렸다

막노동 뛰던 이 남자 위해 ‘고스트’ 주인공을 늘렸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09-28 17:30
수정 2020-09-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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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샘 위트役 ‘트리플 캐스팅’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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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당시엔 대학생 앙상블 경력이 전부였던 배우 김진욱은 1년 만에 소극장과 중극장 무대를 거쳐 단번에 뮤지컬 ‘고스트’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쉽게 얻어진 건 한 번도 없었다”며 그동안의 숨은 노력을 털어놨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오디션 당시엔 대학생 앙상블 경력이 전부였던 배우 김진욱은 1년 만에 소극장과 중극장 무대를 거쳐 단번에 뮤지컬 ‘고스트’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쉽게 얻어진 건 한 번도 없었다”며 그동안의 숨은 노력을 털어놨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당초 주원·김우형으로만 확정됐었던 배역
앙상블 지원한 김진욱 매력에 캐스팅 변경
“첫 대극장 오디션서 얻은 믿기지 않는 기회”

지난해 9월 열린 뮤지컬 ‘고스트’ 1차 오디션에는 1500명이 몰렸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매지컬’로 불릴 만큼 화려한 무대로 그리는 작품에 뮤지컬을 꿈꾸는 배우들의 관심이 높았다. 제작사는 초연에 함께한 배우 주원과 김우형을 샘 위트로 확정하고 나머지 배역을 캐스팅할 계획이었다. 그 결심을 무너뜨린 건, ‘뮤지컬 엑스칼리버 대학생 앙상블’이 뮤지컬 경력의 전부였던 김진욱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욱은 1년 전 이야기를 하는데도 눈빛이 떨렸다. “믿을 수 없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당시 앙상블에 지원했던 그는 “대극장 오디션은 처음이라 그저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가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넘버 ‘둘 만의 이야기’를 부르고 오디션장을 떠난 뒤 제작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체 누구냐며 수소문을 하는데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뒤 김진욱은 다른 배우 8명과 다시 오디션 기회를 얻었고, 자정쯤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았다.

극 중 샘은 잘생기고 능력 있고, 사랑스런 연인까지 둔 ‘다 가진 인물’이다. 김진욱의 첫인상도 그리 보이지만 그는 “제 삶에서 쉽게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많이 다르다고 했다. 2012년 연습생부터 시작해 3년 만에 겨우 가수(그룹 하트비)가 됐는데 잘 안 풀렸다. 친구들은 벌써 취업하는데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으니 막막할 뿐이었다. 유튜브에 커버 영상도 올리고 프로듀싱·작곡도 배우며 어떻게든 음악을 해 보려 했다. 생활비는 새벽 6시마다 건설현장에 나가 일하거나 에어컨 설치 작업을 도우며 벌었다.

앞이 너무 캄캄하니 오히려 다시 처음부터 하기로 했다. 법학을 전공하다가 2018년 연극영화과로 재입학하면서 뮤지컬 무대를 꿈꾸기 시작했다. ‘고스트’ 오디션 이후 그의 경력에는 ‘원모어’와 ‘베어 더 뮤지컬’ 주연 배우가 더해졌다. 대학로 소극장과 중극장을 한 작품씩 한 뒤 다음달 9일 ‘고스트’ 무대에 선다.

김진욱은 “사실 이제부터가 더 두렵고 어렵다”고 말했다. 두 달째 모든 일상을 작품 준비로 채우며 땀을 한 바가지씩 쏟는 이유다. “연출님이 ‘좀더 당당하게 연기해도 된다’고 해 주시는데, 겸손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없던 저를 믿고 뽑아 주셨으니 기대에 부응해야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고 작품을 함께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겸손하게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열심히 할 테니 잘 봐 달라”며 웃어 보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09-2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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