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종일 돌려도 주문 밀려 한 장이면 밤새 아랫목 뜨끈
판잣집들이 오밀조밀 무리지어 있는 달동네 저 너머로 도심의 야경이 그려질 무렵. 매듭 지은 새끼에 연탄 한 장을 끼워 들고 언덕길을 오르던 어머니. 연탄을 몇백 장씩 배달시킬 돈이 없었던 1960~70년대의 가난한 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창고 가득 연탄을 쌓는 것으로 월동 준비를 끝냈던 시절, 연탄은 ‘땔감의 지존’이었다.
서울 중계본동에서 한 노인이 연탄은행에서 나눠준 연탄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독거노인과 서민들에게 연탄은 겨울을 나는 필수품이다.

연탄재와 기계 소음 속에서의 치열한 땀의 현장. (삼천리 E&E)

서울 금천구 고명산업 근로자들이 주문받은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화물트럭에 싣고 있다.
서민들에게 연탄을 기부하며 이웃 사랑의 기쁨도 나누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원봉사단체인 ‘연탄은행’의 기부운동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탄은 늘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다. 식구들끼리 순번을 정해 새벽에 연탄을 갈던 일이며 눌어붙은 연탄 두 장을 식칼로 떼어 내던 일, 꼬챙이로 쑤셔서 불구멍을 맞추던 기억도 생생하다.
추억 속에 묻힐 뻔했던 연탄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연탄은 서민들의 몸을 녹여주며 곧 찾아올 동장군의 기세를 꺾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0-11-05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