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원 기득권 벽에 막혀 사실상 무위 그쳐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온 ‘사법개혁안’ 이 13일 검찰과 법원 등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대검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 등 4개 핵심과제에 대한 논의를 중단한 채 이달말 1년4개월간의 특위 활동에 종지부를 찍기로 하면서다.
이로써 검찰과 법원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출발한 법조개혁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국회 때에 이어 또다시 좌절을 맛보게 됐다.
◇ 1년4개월 험로, 검찰 반발이 결정타 = 사법개혁은 지난해 2월10일 특위가 구성됐을 당시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당시 여야는 검찰ㆍ법원ㆍ변호사 개혁 분야 등 3개 소위로 이뤄진 특위를 구성, 활동에 들어갔으나 비교섭단체 몫 위원의 배분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한 달 뒤인 3월16일에서야 늑장 가동에 들어가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10년 좌파정권의 대못’을 뽑아 버리겠다”며 대법관 대폭 증원 및 경력법관제 도입 등의 법원 대수술 방안을 내놓자 민주당이 “사법부 장악 음모”, “법원 길들이기”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난항을 거듭했다.
반대로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는 한나라당내 부정적 기류 등으로 인해 답보 상태가 이어졌다.
여기에 법원과 검찰 등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물밑 ‘로비전’도 법조개혁 논의의 발목을 잡았다.
이처럼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특위는 활동시한을 지난 연말에서 6개월로 한차례 연장하고 효율적 협의를 위해 꾸려진 ‘6인 소위’가 3월10일 특수청 신설, 대법관 증원 등을 골자로 한 법조개혁안을 전격 내 놨지만 이는 또다른 진통의 시작이었다.
사개특위내 검찰 출신 인사들의 반발 속에 검찰소위가 이달 3일 우여곡절 끝에 대검 중수부 폐지의 법제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검찰이 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뇌관’이 터지고 말았다.
검찰은 중수부 폐지를 여야 인사들의 연루설이 제기됐던 저축은행 로비 의혹 수사 방해로 규정,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라면서 ‘수사중단’까지 운운하며 집단적 반발에 나섰다.
여기에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가세하면서 여권의 기류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야는 사개특위 연장 여부를 놓고 대치를 거듭했고, 결국 사개특위 활동은 중수부 폐지 등 핵심 쟁점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사개특위 위원장실에 월 60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 점을 감안할 때 8천400만원의 혈세만 고스란히 날리게 된 셈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