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없어서… 김종인, 노무현·백종원 소환했나

잠룡 없어서… 김종인, 노무현·백종원 소환했나

이근홍 기자
입력 2020-06-23 23:44
수정 2020-06-2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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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상 간접 제시… ‘꼰대’ 무관 강조

정쟁 떠나 자기 콘텐츠 필요성 우회 지적
“대선까지 권력 연장용 자기 정치”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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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왼쪽 두 번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왼쪽 세 번째) 제주지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원 지사는 ‘보수 유전자’를 강조하며 김 위원장을 겨냥해 ‘용병’이라고 표현하는 등 각을 세웠지만 이날은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 왼쪽부터 서상목 사회안전망4.0대표, 김 위원장, 원 지사, 통합당 서정숙 의원.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종인(왼쪽 두 번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왼쪽 세 번째) 제주지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원 지사는 ‘보수 유전자’를 강조하며 김 위원장을 겨냥해 ‘용병’이라고 표현하는 등 각을 세웠지만 이날은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 왼쪽부터 서상목 사회안전망4.0대표, 김 위원장, 원 지사, 통합당 서정숙 의원.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킹메이커’를 자처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야권 대권주자를 논하는 자리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잇달아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꼰대보수’와 거리가 멀면서도 자신의 콘텐츠와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시선끌기용 발언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당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대권주자로) 백종원씨 같은 분은 어떤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분인 것 같더라”고 했다. 22일 출입기자단 오찬에서는 현재 통합당엔 대권주자로 내세울 사람이 없다며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소개했다.

백 대표는 23일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꿈도 꿔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이들을 소환한 건 눈에 띄는 잠룡이 없는 상황에 자신이 생각하는 ‘대권주자상’을 간접 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는 백 대표 등을 앞세워 야권주자는 ‘꼰대’ 이미지와 무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권 잠룡 중 상당수는 지나치게 보수색이 짙어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비례대표 오찬에 참석했던 조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백 대표를 언급한 건) 대선주자 등 유력 정치인은 그만큼 혐오도가 적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이해했다”고 강조했다.

대권주자는 정쟁에 몰두할 게 아니라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에 수차례 도전하며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백 대표는 골목상권 살리기에 앞장섰다. 김 위원장은 ‘새얼굴’ 영입에 대해선 부정적 인식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김 위원장이 2022년 3월 대선까지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김종인=대선’이라는 공식을 반복 노출하며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기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다음 대선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1년 임기인 김 위원장이 2년 뒤 대선 구상을 밝히는 건 ‘내가 대선까지 당을 끌고 가면 이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20-06-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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